목 차1. 줄거리 – 나쁜 놈들만 살아남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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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나쁜 놈들만 살아남는 시대
1990년대 초,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범죄 소탕 작전에 돌입한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정부 주도 대책은 검찰과 경찰, 각종 사법기관을 총동원해 조직폭력배와 부패 세력을 제거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혼돈의 시대, 가장 기묘한 방식으로 시대의 파도에 올라탄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세관 공무원 ‘최익현’이다.
익현은 유쾌한 말투와 능글맞은 성격의 전형적인 아저씨. 남들이 보기엔 한물간 공무원이지만, 생존 본능과 잔머리, 인맥 관리를 무기로 조용히 기회를 엿본다. 어느 날 밀수품에 얽힌 사건으로 검사와 연결될 위기에 처한 그는,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조직폭력 세계의 실세 ‘최형배’와 손을 잡게 된다. 처음엔 단순한 도움으로 시작된 관계는 곧 돈과 인맥, 권력이 얽힌 복잡한 커넥션으로 발전하고, 익현은 어느새 ‘형님’ 소리를 들으며 조폭계의 대부로 떠오른다.
그러나 권력은 항상 변한다. 익현의 급부상은 기존 조직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고, 형배와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형배는 익현을 이용할 만큼 이용했다고 판단하고 점차 그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명목 아래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하며, 공무원, 조폭, 기업가 가릴 것 없이 모두를 타깃으로 삼는다.
익현은 이 상황을 정치적 협상과 말재주로 넘기려 하지만, 끝내 자신을 버린 조직과 단절된 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다. 권력의 민낯은 냉혹하다. 그를 따르던 자들은 뒤돌아서고, 정치인들은 손절을 선택하며, 익현은 결국 진실과 거짓 사이에 던져진다. 그러나 영화는 이 이야기를 절망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익현은 스스로의 방식을 잃지 않은 채 끝까지 처세하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권력의 본질을 보여주는 인물로 남는다.
2. 주요 배역 – 모두가 주인공이자 반영인 시대의 얼굴들
최익현 (최민식)
생존력 하나로 조폭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른 전직 세관 공무원. 인간미와 뻔뻔함을 동시에 지녔으며, 타고난 처세의 달인이다. 최민식의 연기는 말투, 표정, 걸음걸이 하나까지 완벽히 캐릭터에 녹아들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인물, 바로 최익현이다.
최형배 (하정우)
조직폭력 세계의 실세. 외모는 수수하지만, 냉철한 판단력과 조직 장악력을 가진 인물. 익현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지만, 권력 다툼 속에서 점차 갈등의 중심에 선다. 하정우의 절제된 폭발력은 형배라는 인물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김판호 검사 (곽도원)
정의와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검사. 익현을 압박하지만, 결국 권력의 이중성 앞에서 그 역시 타협한다. 한국형 검사 캐릭터의 전형을 세운 인물.
3. 흥행 성적과 평가 – 현실감 넘치는 풍자, 그리고 묵직한 한 방
《범죄와의 전쟁》은 개봉 당시 다소 무거운 소재로 우려를 샀지만, 예상을 깨고 약 4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 이유는 단연 리얼리티에 있다. 이 영화는 실제 있었을 법한 인물들과 사건을 기반으로, 관객이 “저 사람 진짜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아”라고 느낄 만큼 현실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또한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서 각본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굵직한 수상 이력을 남기며 작품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특히 1990년대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 검찰-조폭-정치의 얽힌 관계를 이처럼 날카롭고도 유머 있게 풀어낸 영화는 드물다.
4. 마무리 – 누가 진짜 나쁜놈인가?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조직폭력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 너머의 한국 사회 전체를 그려낸 작품이다.
‘정의는 누구의 편인가?’,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는가?’라는 물음 속에서,
이 영화는 정답 대신 현실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익현은 결코 영웅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있는 인물일지 모른다.
그의 말투, 태도, 눈빛 속에는 시대의 적응자로 살아남은 한 인간의 초상이 있다.
《범죄와의 전쟁》은 바로 그 생존의 기록이자,
한국 사회에 남긴 하나의 강력한 경고장이자 풍자극이었다.